은행원들이 바라는 차기 우리은행장은

입력 2017-01-20 18:02  



(김은정 금융부 기자) “홍채로 본인 인증하고, 지점 없는 은행이 나오는 시대에 출신 운운하는 건 구시대적인 발상 아닙니까.” 대형은행에서 30여년을 근무한 한 금융인의 말이다.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에 출신 은행이 무시하지 못할 변수가 될 것이라는 세간의 말을 두고서다.

우리은행 과점주주들이 선임한 사외이사들은 지난 19일 임원추천위원회를 열고 10명에 후보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1차 인터뷰 대상자를 선정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 이동건 우리은행 수석부행장, 김병효 전 우리프라이빗에쿼티(PE) 사장, 김승규 전 우리금융지주 부사장, 김양진 전 우리은행 수석부행장, 윤상구 전 우리은행 부행장 등 모두 6명이다. 1차 면접을 거쳐 2~3명의 최종 후보군이 결정되면 이르면 설 명절 전에 차기 우리은행장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여느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선임과 마찬가지로 금융권 안팎에선 많은 말이 오가고 있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게 바로 출신 은행이다. 이순우 전 우리은행장과 이광구 우리은행장 등 연이어 두 명의 행장이 상업은행 출신이었던 만큼 차기 은행장은 한일은행 출신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압축된 6명의 후보 중 이광구 우리은행장을 제외한 5명이 한일은행 출신이라는 점도 비슷한 맥락에서 주목 받고 있다. 실제 자신의 ‘PR(홍보) 수단’으로 출신 은행을 내세우는 후보가 있다는 말도 심심찮게 들린다.

하지만 정작 은행권에 몸 담고 있는 은행원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우리은행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그도 그럴것이 현재 우리은행 직원의 70% 이상이 이같은 출신 은행 논란과 무관해서다.

우리은행은 1998년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병해 탄생했다. 인수합병(M&A)을 거친 대형은행들이 그렇듯 CEO 선임 때마다 출신 은행은 화두가 됐다. 매년 정기 인사 때마다 ‘연줄’ ‘계파’라는 단어도 수시로 등장했다. 우리은행은 2001년 예금보험공사가 설립한 우리금융지주에 편입된 후 2002년부터 정식 명칭으로 우리은행을 사용하고 있다. 15여년이 흘러 이제는 상업은행, 한일은행이라는 명칭 자체가 낯선 직원들이 오히려 많아졌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출신 은행을 부각시키는 것 자체가 차기 우리은행장에 대한 명확한 자질 검증을 흐릴 수 있다”며 “은행에 진정으로 필요한 CEO의 능력과 자질을 평가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은행이 유례없는 위기에 봉착해 있다는 말이 자주 나온다. 40년 가까이 은행원으로 생활하면서 14년간 한국씨티은행장(한미은행장 포함)을 했던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장이 최근 “은행들이 비(非)대면 시대에 계속 존재할 것이냐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한 것도 이같은 은행업의 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최근 KB금융그룹이 단행한 계열사간 직원 이동 사례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KB금융은 금융그룹으로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직원들의 계열사간 이동을 추진하면서 KB국민카드에서 국민은행으로 이동할 직원을 공개모집했다. 하지만 상당수 KB국민카드 직원들이 국민은행으로 이동을 꺼렸고, 목표했던 직원 수를 채우지 못했다. 물론 근무 조건과 연봉 등 다양한 변수가 작용했겠지만, 젊은 은행원들이 은행업의 미래를 그다지 밝게 보고 있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제 곧 한국에서 첫 선을 보이는 K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이 본격 영업에 나선다.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인터넷·모바일 등 비대면 채널로 옮겨간 지는 이미 오래다.

“글로벌·핀테크(금융+기술) 관련 은행의 미래와 경쟁력을 결정할 전략적 판단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민영화 첫 해인 우리은행에는 더욱 그렇다. 우리은행 직원들이 바라는 차기 행장도 이런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라는 은행권 관계자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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